마이 앤트 메리│
http://www.myspace.com/myauntmary
영국발 모던 록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이유를 되살펴보자면 친화력 있는 멜로디, 차별화된 가사, 까탈스러운 성격에서 기인하겠지만, 쭉 뻗은 다리와 샤방한 미모로 대표되는 외모적인 요인 또한 절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어쩌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록 음악=마초들의 음악’이란 공식이 180도 바뀐 것도 이 즈음부터 일텐데, 유독 한국의 모던 록 계열 아티스트들은 외소한 체격, 팬들을 배려하는 착한 성격, 감성적인 가사들로 전통을 이어왔다. 우엉남에 가까울수록 괜찮은 모던 록 아티스트로 대접 받는 분위기 속에서 그간 유독 눈에 띄는 체형(?)을 갖추어왔던 실력파 모던 록 두 팀이 최근 연이어 앨범을 발표했다.
나름 각별한 관계인 선배 마이 앤트 메리와 후배 보드카 레인은 ‘너 네 존경한다더니 왜 우리 스타일 따라했어?’, ‘형, 사실은 제일 존경한다는 거 뻥이었어요’라며 농담조의 잔잔한 언쟁도 있었지만, 모던록 1세대의 막내였던 마이 앤트 메리가 이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10년 이상 씬을 관찰해온 사람 입장에서 므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절한 냉소를 머금은 '마이 앤트 메리'
2년에 한 장 꼴로 앨범을 발표해온 마이 앤트 메리는 이제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노장 밴드가 되었다. 본인들은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이미 음악 매니아들이라면 줄기차게 애청하는 ‘강릉에서’, ‘공항 가는 길’, ‘골든 글로브’ 등의 임팩트 강한 명곡들이 꽤 많지 않았던가. 일부에서는 4집 [Drift]가 3집 [Just Pop]에 못 미치는 그냥 그런 음반이었다고도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얘기이다. 자신들만의 음악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리듬감과 스케일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꽤 반가웠기 때문이다(최근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 [Circle]을 두고도 엇갈리는 평이 오가는 것 같은데, 마이 앤트 메리 정도되면 누구에게 이러쿵저러쿵 평가나 받으며 음악하는 시절은 한참 지났으니 잡설에 귀담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멤버들은 [Circle]에 대해 ‘다시 시작하는 원점으로의 마이 앤트 메리, 멤버간의 힘의 균형을 이룬 앨범’이라는 얘기를 한 바 있다. 토마스 쿡으로도 알려진 정순용의 서정성, LA메탈을 꿈꾸는 한진영의 록킹한 면모, 장르를 넘나드는 박정준의 카멜레온 같은 리듬감 모두가 어디 한 곳에 치우침이 없다(어찌보면 과거에 비해 한진영, 박정준의 역할이 높아졌고, 목소리도 커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십년간 고수해온 모던 록 밴드의 이미지를 약간은 벗어던진 홀가분한 앨범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물론 타이틀곡 ‘푸른 양철 스쿠터’처럼 마이 앤트 메리만의 깔끔한 사운드, 속도감 넘치는 질주 트랙도 여전하지만, 좀 더 다양하고 멜로우한 가사와 음악 스타일이 우세한 편이다. 한편으로는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장르적 경향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작업 형태를 취한 느낌이다(사실 이들은 힙합, 소울, 일렉트로닉, 메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늘 경도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마이 앤트 메리의 [Circle]은 언뜻보면 리스너들에게 매우 친절한 팝 음반처럼 보인다. 훨씬 메이져 밴드스러운 스팩을 자랑함과 동시에 나이에 걸맞는 원숙한 경향을 나타낸 듯 여겨진다. 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내용을 채우고 있는 시선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은유적이고 확장되어있음을 만나게 된다. 일찍부터 그들의 음악을 지탱해온 두 가지 심상인 ‘이별과 여행’이라는 소재는 동일하겠지만, 그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훨씬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다. 또한, 사회, 문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넓어졌다(심지어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 중에는 촛불문화에 대한 사회 현상을 직접적으로 담은 것까지 있다). 언젠가부터 사석에서 이들을 만나면 선배, 후배 가릴 것 없이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 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음악에 대한 계획이나 아이디어부터 세상 살아가는 얘기까지 그 소재도 너무나 무궁무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의 폭도 너무나 버라이어티했기에 낮 가림이 심해 친한 아티스트도 적었던 10년 전 마이 앤트 메리만을 기억하던 나에게는 좀 의외의 모습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치기어린 마음에 아티스트를 꿈꾸던 20대를 보내고 보다 진지한 템포로 삶을 대해야 하는 세대를 맞이한 마이 앤트 메리에게 있어 음악은 분출이 아닌 흡수의 측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어쨌거나 마이 앤트 메리의 [Circle]은 괜찮은 팝 앨범임과 동시에 충분히 유니크한 구석이 있는 멋쟁이들의 군더더기 없는 한방이다. 타이틀 곡 못지않게 지지를 받고 있는 ‘다섯 밤과 낮’이나 자신들의 밴드 포지션을 과감히 뒤로 하고 곡의 느낌을 우선한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만 보더라도 이전과는 또 다른 개념의 보폭이 느껴져 반갑기 그지 없다.
마이 앤트 메리는 지금 사람과 세상을 만나며 좀 더 성숙하고 진보하는 중이다.
P.S. 그런데, 왜 My Aunt Mary는 마이 언트 매리로 표기하지 않고 마이 앤트 메리로 한글 표기해야 되는 것일까? 정말 궁금했지만 10년째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이다.
글 / 솜브레로 (마스터플랜 대표 http://www.myspace.com/djsombrero)